이 옴니버스 구성의 책은 직장인, 학생, 여성, 사업자 등 다양한 시각에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이 책은 주로 대립적인 시각에서 쓰여졌는데, 첫장에 나오는 해고당한 알바생과 여과장이 그렇고, 체인점 빵집과 개인이 하는 빵집의 사장 가족들이 그러하다. 어투는 간결하고 담담하여, 담백한 맛이 있기에 더욱 황량하고 차가운 현대 사회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리고 예리하게 그려내는 것처럼 보인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이렇게 현실적으로 수기처럼 쓴 소설은 사회 구조적인 불합리함, 정의롭게 살고 싶은 사람들과 그렇게만은 돌아가지 않는 세상을 묘사한다. 잉여 인력은 사람이 아닌 도구처럼 잘라지고, 그렇게 버려지지 않기 위해 싸우고, 사회에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버틴다. 2010년의 시대상을 다루지만, 2020년,살기 힘들고 각박하다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수작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살려고 하는 사람들, 아직 더 힘을 낼 수 있고, 노력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보여주는 암울한 현실과, 무기력함, 좌절은 상당히 꺼림칙하게 다가왔다. 해고가 살인이라 사람들이 산 채로 죽은 자가 되고, 해고자 명단에 오르지 않아 산 자가 되었다고 한들, 삶은 직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살아있다면 마땅히 무엇이든 더 노력할 길이 있을 터인데, 그러지 않는 사람들이 진정 죽은 자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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