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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독서기록

[수성인문학제] "페스트" 리뷰

by Manana Cho 2020.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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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페스트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사회 부조리에 대한 묘사와 인간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걸작『페스트』는 『이방인』 『시시포스의 신화』 등으로 널리 알려진, 노벨 문학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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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COVID-19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공황과 불안,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만큼 이번 수성 인문 학제에 참여하며 받은 페스트를 다시 읽으며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과거, 페스트를 읽으며 느꼈던 것이 질병에 대한 지나치게 생경한 묘사, 역동적이지만 코타르와 같이 혐오스러운 인간 군상들, 그 와중에도 남을 위해 헌신하는 인간상에 대한 존경에 지나지 않았다. 페스트의 끔찍함과 전염력, 중세와 근대의 고통은 사료이자 종이 위의 글로 존재했을 뿐, 그것이 우리의 일이다,라고 느끼기에는 메르스가 사회적 문제가 되었음에도 공감하기에 쉽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많은 사람들이 무시무시한 전염력을 가진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마땅히 누려왔던 일상을 제한 받고 있는 이때, 수많은 곳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내가 나가서 바이러스를 옮겨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싹트고,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현재, 많은 문장과 상황이 이전보다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특히, 이 소설의 주 서술자이자 핵심이 되는 리외라는 이름의 의사가 환자들의 집을 다니며, 위험을 알리고 페스트를 막기 위해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랑베르에 의해 비난받았을 때, 그리고 페스트 사태를 선언하고,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당연한 일을 함에도 이에 대해 과중한 책임을 져야 했을 때, 현장에서 고생하고 계실 의료인 분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일반인으로서 어느 정도 랑베르나 의사를 불신하게 되는 시민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병에 대한 지식이 없는 시민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고, 불신하게 되고, 스스로의 상태를 부정하며 죽음 앞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어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에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몇 가지 교훈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현장에 있는 의료인의 고충을 이해하고, 개선하고자 하며, 그들의 수고와 노력에 감사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이미 발생해버린 일에 만약이란 가정이 무의미하기는 하나, 세계가 몇주, 혹은 몇 달 대규모의 집회와, 이동 없이, 서로의 상태에 대해 솔직해지고 위기 상황 앞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격리 상태를 유지했다면, 의사들이 권고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봉쇄 상태를 유지하고 대처했다면 지금보다 나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둘째로, 공동선, 공공 위생,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받아들여야 하고, 조직 또한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유지하고, 불필요한 만남과 외출을 자제하는 것들, 우리의 안위에 큰 해를 끼치지는 않으나 그리 함으로써 병에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판데믹 상황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면 마땅히 그리 해야만 한다. 나 하나는 괜찮겠지. 내가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무슨 문제인가,라고 생각했으나 이것이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연인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도시를 나가는 것을 그만둔 랑베르와 같이 말이다. 

 

리외의 말처럼 페스트는 끝난 듯 보여도 끝나지 않았다. 바이러스는 언제든 생겨날 수 있고, 일상은 생각보다 아주 섬세하여 작은 사건에도 크게 흔들린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영구 동토층이 해빙되며 옛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해방될 것이라는 공포, 자꾸만 변이 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과거 가치관이 변화하며 절대적 신념과 도덕성을 잃고 새로운 가치를 합의하는 과정에 있는 과도기적 사회에 있는 사람들, 페스트나 일상에 대한 위협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 도사리고 있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이 중국의 일, 다른 나라, 다른 사회의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예방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카뮈가 하고자 하는 말도 이와 비슷할 것 같다. 사람을 구하는 것은 사람이고, 그를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이 아닌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이 사태로 정당하지 못한 이득을 보려던 코타르와 신이 내린 시험이라 말하며 스스로 행동하지 않고 신의 뜻에 맡겨만 두려던 파눌루 신부의 최후와 대조되어 더욱 찬란한 리외의 현실적인 헌신과 타루의 선의와 랑베르의 결심과 같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우리 모두에게 닥친 일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일 것이다.*

 

 

*책을 제공해주신 수성구립 고산 도서관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Imag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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